놀우 외전 2~~~ 작성자 정보 작성자 13도창의군 쪽지보내기 작성글보기 쪽지보내기 작성글보기 작성일 2026.10.29 00:04 컨텐츠 정보 조회 9 목록 목록 본문 # 2화 항구 창고는 생각보다 컸다. 소금 자루가 벽을 따라 쌓여 있었다. 하나에 스무 근은 되어 보였다. 게임에서 소금은 숫자였다. '소금 ×10' 같은 텍스트. 여기서 소금은 자루였다. 무겁고, 축축하고, 짊어지면 어깨가 내려앉는 자루. "이걸 전부 싣는 겁니까?" 페르난두가 물었다. 창고 관리인이 양피지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열 자루. 파루까지." 열 자루. 바사의 화물칸 크기를 생각하면 적당한 양이었다. 게임에서는 화물칸 용량이 숫자로 떴다. 여기서는 직접 실어봐야 안다. '일단 싣자.' 선원 넷이 자루를 나르기 시작했다. 마르쿠도 — 아니, 강현우도 자루를 잡았다. 들어올리는 순간 허리가 꺾일 뻔했다. '미친. 이거 한 자루에 몇 킬로야.' 게임에서는 화물을 싣는 데 3초면 됐다. 클릭, 수량 입력, 확인. 여기서는 한 자루 나르는 데 5분이 걸렸다. 두 번째 자루를 들었을 때 손바닥 가죽이 벗겨지는 느낌이 났다. 세 번째 자루에서 포기했다. '이 몸 체력이 진짜 바닥이구나.' 갑판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소금 자루 두 개를 양 어깨에 하나씩 올린 남자가 창고에서 걸어 나왔다. 덩치가 컸다. 키가 6피트는 넘어 보였다. 팔뚝이 마르쿠의 허벅지만 했다. 수염이 덥수룩했고, 코가 한번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 있었다. 셔츠 소매가 찢어져 있었는데, 찢어진 틈으로 보이는 팔에 문신이 있었다. 닻 문신. 해군 문신이었다. 강현우의 머리가 돌아갔다. '닻 문신. 전직 해군. 리스본 항구에서 짐꾼으로 일하는 덩치 큰 남자.' 게임에서 이 조건에 맞는 NPC는 하나뿐이었다. '토마스.' 동료 영입 퀘스트. 리스본 항구 짐꾼 토마스. 영입 조건: 술값 대납. 능력치: 항해술 중상, 전투 상, 체력 최상. 게임에서 초반에 영입하면 중반까지 써먹을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동료. 남자가 소금 자루를 갑판 위에 내려놓았다. 쿵, 하는 소리에 배가 흔들렸다. "어이, 거기." 남자가 마르쿠를 내려다봤다.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술 냄새가 났다. 아침부터 마신 건지, 어젯밤 술이 안 깬 건지. "선장이라며? 자루 세 개 나르고 뻗었어?" 비웃음이었다. 선원들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페르난두가 나서려 했지만 마르쿠가 손을 들어 막았다. "맞아. 세 개가 한계야." 솔직하게 인정했다. 게임에서는 허세를 부려도 됐다. 여기서 허세를 부리면 바다 위에서 죽는다. 자기 한계를 아는 것이 첫 번째다. 남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 비웃으려다 말았다는 표정이었다. 자루를 세 개밖에 못 나르는 선장이 그걸 당당하게 인정하는 꼴이 예상 밖이었던 모양이다. "이름이 뭐야?" 마르쿠가 물었다. "……토마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묻지 않으면 안 됐다. 게임에서는 NPC 이름이 머리 위에 떠 있었다. 여기서는 물어봐야 한다. "토마스, 나머지 일곱 자루도 부탁해도 되겠나. 품삯은 따로 치르겠다." 토마스가 코웃음을 쳤다. "품삯이라. 얼마나 되는데?" "은화 한 닢." "한 닢? 자루 일곱 개에?" "지금 가진 게 그게 전부야." 또 솔직하게 말했다. 토마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비웃음도 아니고, 동정도 아닌. 뭔가를 재는 눈이었다. "……어디까지 가는데?" "파루." "파루? 이 바사로?" "이 바사로." 토마스가 배를 둘러봤다. 작고 낡은 바사. 돛이 하나. 대포 없음. 선원 다섯. 그리고 소금 자루 세 개밖에 못 나르는 선장. "미친놈이네." "그 말 많이 듣는다." 거짓말이었다. 이 몸으로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 서버 최초 클리어를 할 때마다 채팅창에 올라오던 말이었다. '이 미친놈이 또 해냈다.' 토마스가 나머지 자루를 날랐다. 혼자서. 일곱 자루를 스무 분 만에 전부 실었다. 선원 넷이 한 시간 동안 한 일을 혼자서 스무 분에 끝냈다. '역시 체력 최상은 다르구나.' 마르쿠는 은화 한 닢을 토마스에게 건넸다. 토마스는 동전을 받아 주머니에 넣더니 돌아서려 했다. "토마스." "뭐." "같이 가지 않겠나." 토마스가 멈췄다. 돌아보지는 않았다. "파루까지. 선원이 부족하다. 바다를 아는 사람이 필요해." "난 짐꾼이야." "닻 문신이 있는 짐꾼이지." 토마스의 어깨가 굳었다. 천천히 돌아봤다.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충혈된 눈 안에 뭔가 날카로운 것이 지나갔다. "해군 출신인 거 어떻게 알았어?" "문신을 봤으니까." "문신만 보고?" "닻 문신은 해군 수병만 새긴다. 장교는 십자가를 새기고, 수병은 닻을 새긴다. 맞지?" 맞았다. 게임 내 설정이었다. 이 세계에서도 통하는지는 도박이었다. 하지만 토마스의 표정을 보니 통했다. "……대단한 눈이네. 선장 주제에." "눈만 좋아. 몸은 네가 봤다시피." 토마스가 웃었다. 처음으로. 비웃음이 아니라 진짜 웃음이었다. 이가 하나 빠져 있었다. "보수는?" "파루까지 은화 두 닢. 돌아오면 두 닢 더." "그 돈이면 술 네 잔이야." "네 잔이면 이틀은 마실 수 있잖아." 토마스가 다시 웃었다. "미친놈이 계산은 빠르네." 그렇게 토마스가 탔다. --- 출항은 오후였다. 바람이 북동쪽에서 불고 있었다. 리스본에서 파루로 가려면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북동풍이면 순풍이다. 게임에서 수천 번 확인한 바람이었다. '리스본-파루 구간, 북동풍 확률 65퍼센트. 봄철 기준. 풍속 평균 12노트.' 머릿속에서 데이터가 자동으로 올라왔다. 게임에서 외운 숫자들. 이 숫자들이 이 세계에서도 맞는지는 — 지금부터 확인해야 했다. "닻 올려." 페르난두가 명령을 전달했다. 선원들이 닻줄을 감기 시작했다. 토마스가 한 손으로 줄을 잡아당겼다. 선원 둘이 할 일을 혼자 했다. 돛이 펼쳐졌다. 바람이 돛을 밀었다.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현우는 갑판 위에 서서 리스본이 멀어지는 것을 봤다. 붉은 지붕들이 작아졌다. 테주 강 하구를 빠져나가자 대서양이 펼쳐졌다. 게임에서 이 화면을 수천 번 봤다. 리스본 출항 화면. 배가 항구를 벗어나면 세계 지도로 전환되고, 목적지를 클릭하면 자동으로 이동한다. 여기서는 자동이 없었다. 파도가 배를 흔들었다. 위아래가 아니라 좌우로.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것 — 뱃멀미가 올라왔다. 위장이 뒤집히는 느낌. 강현우는 뱃전에 매달려 토했다. '서버 1위가 뱃멀미라니.' 자조가 나왔다. 하지만 웃을 여유는 없었다. 토하는 동안에도 머리는 돌아가고 있었다. '이 해역의 해류는 남서쪽으로 흐른다. 바람은 북동풍. 해류와 바람이 같은 방향이면 파도가 잔잔해야 하는데 — 왜 이렇게 흔들리지?' 고개를 들었다. 서쪽 수평선을 봤다.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다. 게임에서 저 구름은 — 날씨 변화 징후였다. 6시간 이내에 바람이 바뀐다는 신호. "페르난두." "예, 선장님." "서쪽에 구름이 보이나?" 페르난두가 서쪽을 봤다. 눈을 가늘게 떴다. "……보입니다. 낮은 구름이." "바람이 바뀔 거다. 6시간 안에. 서풍으로." 페르난두의 눈이 커졌다. 토마스도 고개를 돌렸다. "서풍이면 역풍입니다. 어떻게 아십니까?" 대답할 수 없었다. '게임에서 외웠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감이야." "감이요?" "소금 장수 아버지한테 배웠다. 구름이 저렇게 낮으면 바람이 돈다고." 거짓말이었다. 이 몸의 아버지가 소금 장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은 사람의 이름을 빌리면 더 이상 묻지 않을 것이다. 페르난두는 반신반의하는 얼굴이었다. 토마스는 아무 말 없이 서쪽을 보고 있었다. 네 시간이 지났다. 바람이 바뀌었다. 서풍이 불기 시작했다. 돛이 펄럭거렸다. 배가 느려졌다. 역풍이었다. 페르난두가 마르쿠를 봤다. 눈이 달라져 있었다. 아까까지 반신반의하던 눈이 아니었다. 경외에 가까운 눈이었다. "선장님, 어떻게……" "돛 각도를 바꿔. 서남서 방향으로 45도. 지그재그로 간다." 태킹이었다. 역풍에서 범선이 전진하는 유일한 방법. 게임에서는 자동으로 처리됐지만, 원리는 알고 있었다. 바람을 비스듬히 받으면서 지그재그로 전진하는 것. 문제는 — 이론을 아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달랐다. "돛줄 당겨!" 토마스가 소리쳤다. 선원들이 줄을 잡았다. 돛이 각도를 바꿨다. 배가 기울었다. 소금 자루가 미끄러졌다. "화물 고정해!" 마르쿠가 외쳤다. 하지만 몸이 따라가지 않았다. 갑판이 기울어지자 발이 미끄러졌다. 뱃전을 잡으려 했지만 손에 힘이 없었다. 미끄러졌다. 바다를 향해. 순간 팔목을 누군가 잡았다. 토마스였다. 한 손으로 밧줄을 잡고, 다른 손으로 마르쿠의 팔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손아귀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뼈가 부러질 것 같았다. "죽고 싶어, 선장?" 토마스가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마르쿠를 갑판 위로 끌어올렸다. 던지듯이. "……고맙다." "고마우면 똑바로 서 있어. 바다에서 빠지면 건져줄 시간 없어." 토마스가 돌아서서 돛줄을 잡았다. 선원들에게 소리쳤다. 명령이 정확했다.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해군에서 배운 것들이. 마르쿠는 돛대를 잡고 서서 생각했다. '내 지식. 토마스의 몸. 이 조합이면 — 살 수 있다.' 바람이 바뀔 것을 안 것은 마르쿠였다. 배가 기울 때 마르쿠를 살린 것은 토마스였다. 혼자서는 둘 다 불가능했다. 게임에서는 혼자서도 됐다. 클릭 한 번이면 태킹도 되고, 바다에 빠질 일도 없었다. 여기서는 — 사람이 필요했다. 해가 기울었다. 서풍이 잦아들었다. 다시 북동풍이 돌아왔다. 배가 속도를 되찾았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바다가 붉었다. 게임에서는 본 적 없는 색이었다. 게임의 석양은 예뻤지만 — 이건 예쁜 게 아니었다. 무서웠다. 저 붉은 바다 아래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토마스가 뱃전에 기대 앉아 있었다. 품에서 술병을 꺼내 한 모금 마셨다. "선장." "뭐." "아까 바람 바뀌는 거, 진짜 감으로 안 거야?" 마르쿠는 대답하지 않았다. 토마스도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술병을 내밀었다. 마르쿠는 받아서 한 모금 마셨다. 독했다. 목이 탔다. 게임에서 술은 선원 사기를 올리는 아이템이었다. 여기서 술은 — 그냥 독한 술이었다. "내일 아침이면 파루가 보일 거다." 마르쿠가 말했다. "그것도 감이야?" "그것도 감이야." 토마스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랐다. 비웃음이 아니었다. 별이 떴다. 대서양 위의 별. 게임에서는 배경이었던 것이 여기서는 항해의 기준이었다. 북극성의 위치로 위도를 잰다. 별자리의 각도로 방향을 잡는다. 게임에서 외운 천문 항법 데이터가 머릿속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이 별들이 진짜라니.' 강현우는 갑판 위에 누워 별을 봤다. 등 아래에서 배가 흔들렸다. 파도 소리가 들렸다. 소금 냄새가 났다. 토마스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게임에서는 밤이 없었다. 시간을 빨리 감기하면 바로 아침이었다. 여기서는 밤을 견뎌야 했다. 어둠과 파도와 바람 속에서 아침을 기다려야 했다. 무서웠다. 하지만 계산은 멈추지 않았다. '파루에 도착하면 소금을 넘기고 은화 열 닢을 받는다. 파루의 특산품은 코르크. 코르크를 사서 리스본으로 돌아오면 이익률 35퍼센트. 왕복 나흘. 자본금이 쌓이면 세비야 루트를 열 수 있다.' 머릿속에서 교역 루트가 펼쳐졌다. 리스본-파루-세비야-발렌시아-바르셀로나. 지중해 연안 루트. 자본이 쌓이면 북아프리카. 그 다음은 서아프리카. 그 다음은 — '희망봉.' 아직 아무도 돌지 못한 곳. 게임에서는 중반 퀘스트였다. 여기서는 — 역사가 될 곳이다. 별이 흘렀다. 유성이었다. 게임에서는 유성이 발견물 이벤트의 신호였다. 여기서는 — 그냥 별이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정말 무언가의 신호인지 알 수 없었다. 마르쿠는 눈을 감았다. 내일 아침, 파루가 보일 것이다.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게임에서 외운 거리와 풍속과 해류가 맞다면. '맞아야 한다.' 맞지 않으면 죽으니까. 13도창의군 쪽지보내기 작성글보기 쪽지보내기 작성글보기 Exp 90,285(99%) 99% 쿠폰 게임승률 : 33.3% + 0% 두시의비비기 게임승률 : 10% + 0% 추천 0 신고 관련자료 댓글 0개 과거순 과거순 최신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1(current) 새로운 댓글 확인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 목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