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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진은 탈출하는게 아니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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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진은 탈출하는게 아니다. 돈이 떨어져야 끝나는 것이다.”

 

로맨스 진상, 일명 로진.

 

이 바닥에서 로진이란 단순히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 아니다. 돈으로 호감을 사고, 지출을 애정으로 착각하며, 상대의 친절을 자기만의 사랑으로 해석하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누구나 다르다.

이번에는 진짜일 것 같고, 이번에는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 이번에는 돈이 아니라 마음이 통하는 것 같다고 믿는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상대가 나를 좋아해서 연락하는 건지, 내가 돈을 쓰기 때문에 연락하는 건지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 관계의 주도권은 이미 내 손에 없다.

 

내가 보고 싶은 모습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들으며, 믿고 싶은 감정에 돈을 지불하는 순간부터 게임은 시작된다.

 

로진이 무서운 이유는 돈을 쓰는 행위 자체가 아니다. 돈을 쓰면서도 자신은 돈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고 믿는다는 데 있다.

 

오늘은 바빠서 못 만나고, 내일은 사정이 있어서 못 만나고, 연락은 뜸해도 가게에 가면 반갑게 맞아준다. 그러면 또 희망을 품는다.

 

‘그래도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니겠지.’

 

맞다. 싫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싫어하지 않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고, 반가워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더더욱 다르다.

 

상대가 나를 불편해하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한 사람이 된 건 아니다. 내가 지출을 멈춰도 관계가 유지되는지 확인해 보지 않았다면, 그 관계가 무엇으로 유지되는지 아직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도 로진은 멈추지 못한다.

 

이미 쓴 돈이 아깝고, 지금까지 쌓아 온 시간이 아깝고, 여기서 그만두면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쓴다. 더 기다린다. 더 깊이 빠져든다.

 

잃은 것을 되찾으려고 더 많은 것을 걸고, 끝내기 싫어서 끝낼 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 낸다.

 

이쯤 되면 상대를 향한 사랑인지, 자신이 투자한 시간과 돈을 부정하고 싶지 않은 미련인지조차 불분명해진다.

 

그리고 가장 잔인한 사실 하나.

 

상대는 당신이 쓴 돈을 기억할 수 있지만, 당신이 그 돈을 쓰면서 꿈꿨던 미래까지 책임질 의무는 없다.

 

당신은 그 돈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상대도 같은 의미를 부여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당신에게는 특별한 추억이었던 순간이 상대에게는 수 많은 영업의 순간 중 하나였을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관계가 계산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유흥업소에서 만났다고 진심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진심이 있는 관계와 돈을 써야만 유지되는 관계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 구분을 끝내 외면한다면, 문제는 상대가 당신을 속였느냐에만 있지 않다. 당신 스스로도 불편한 현실을 외면하며 자기합리화를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그러니 처음의 문장으로 돌아가 보자.

 

“로진은 탈출하는게 아니라, 돈이 떨어져야 끝나는 것이다.”

 

이 말이 뼈아픈 이유는 단순히 돈을 탕진한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희망을 살 수 있다.

희망을 살 수 있는 동안에는 미련을 연장할 수 있다.

미련을 연장할 수 있는 동안에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돈이 떨어지는 순간,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 마주하게 된다.

 

물론 돈이 떨어진다고 모두가 깨닫는 것은 아니다. 빚을 내서라도 돌아오는 사람이 있고, 다른 곳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 탈출은 잔고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다.

 

돈이 떨어져서 끝나는 건 관계일 수 있다.

돈이 떨어져서 끝나는 건 방문일 수 있다.

하지만 돈이 떨어져야만 멈출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자신의 감정과 지출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진짜 탈출은 돈이 떨어지는 날 시작되는 게 아니다.

 

상대의 호의와 자신의 환상을 구분하는 날, 지출을 멈춰도 남는 관계인지 확인하는 날, 그리고 상대가 나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받아들이는 날 시작된다.

 

사랑은 돈으로 증명할 수 없다.

호감은 결제로 보장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특별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당신의 통장까지 특별하게 비워 줄 이유는 없다.

 

유흥의 대가는 결제하면 끝나지만, 착각의 대가는 결제를 멈춘 뒤에도 한참 동안 남는다.

 

그러니 기억하자.

 

로진의 진짜 비극은 돈을 많이 쓴다는 데 있지 않다.

 

돈을 쓰고 있다는 사실보다, 돈을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한다는 데 있다.

 

이상으로 심심해서 적는 뻘글 +5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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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개 / 1페이지

Minsan님의 댓글

ㅎㅎ 맞는 말인거 같아요
지명은 지명일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잘맞으면 많이 보는거지 사랑이니 감정이니 냉정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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